[금주의 시] 거미줄 난간

이영춘

내 시는 늘 배가 고프다
어제는 쌀독이 비었고
오늘은 비가 내렸다

후줄그레한 아버지가 빈 지게를 지고
곳간 문지방 저 너머에 서 있다

빛나는 사람들의 이름 뒤에는
축축한 그림자들이 숨어 있는가?

들고양이가 난간 벽을 타고 빠르게
햇살을 건너간다
난간이 흔들린다

오전 내내 견디던 몸살이 물방울로 흔들린다
나비 날개의 꼬리들,
축축하다

구름에 업혀 올라가는 이슬방울 하얗게 사라지는데
제 목줄에 걸린 거미 한 마리
힘겹게 매달려 있다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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