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눈 내리는 집

이영춘

하늘이 내린다 적막이 내린다
발 시린 들고양이 들창문에 몸 숨긴다
어깨 시린 달, 발그레 눈 비비며
처마 끝에 걸린다

산모롱이 돌아나간 우체부 발자국
발자국마저 아득히 멀어진 집
눈에 묻힌다 꽃 속에 묻힌다

기침소리 고요로 잠든 집
툇마루 끝에서 잠 청하던 삽살강아지
부스스 꼬리 털고 일어나 인기척에 귀 세운다

눈이 온다 천사가 온다
세상 소리에 귀 닫은 집
세한도 한 채 홀로 떠 있다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1976년 『월간문학』등단
· 시집 : 『시시포스의 돌』 『시간의 옆구리』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따뜻한 편지』
· 시선집 : 『들풀』 『오줌발, 별꽃무늬』
· 번역시집 『해, 저 붉은 얼굴』 외 다수.
· 수상 : 윤동주문학상. 경희문학상. 고산문학대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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