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돌의 부화

이영춘

돌은 부화할 수 없는가?
돌이 물속에 있다
물속에 있는 돌은 알까기가 가능하지 않는가?
돌은 자란다 물속에서

나는 아침마다 베란다 좌대에 앉아 있는 돌에 물을 준다
물속에서도 자라지 못하는 그림자 하나,
그림자는 언제나 내 등 뒤에 숨어서 나를 끌어 올리지 못한다
돌 속에서 자라는 그림자의 함정이다

아득히 먼 고원의 땅에서 유목민으로 살다간 내 종족의 피톨
돌 속에서 굳어진 피톨,
날개 잃은 새의 죽음 점점이 푸른 반점으로 돋는다
푸른 혈맥의 반점, 여기저기 푸른 상처로 내 몸을 거부한다

내일은 어느 계곡에서 어느 툰드라의 골짜기에서 부화를 꿈 꿀 수 있을까?
돌이 물속에 엎드려 있다 부화하지 못한 돌 물속에 죽어 있다
죽은 새의 부리가 돌 속에서 하얗게 부서진다
부화하지 못한 물고기 한 마리, 구름 떼 같은 거품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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