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피에타 앞에서

김정미

아픔으로 불룩해진 중세의 시간 자루
그 속에 젖은 시간들이 알을 품는다
슬픔의 뿌리가 하늘에 올라 하얀 돌이 된 주검
두 모자는 소금기둥 같은 단단한 섬이 된다
뼈만 남아 깃털처럼 가벼운 아들의 몸을 품은 젖은 눈
그 시간이 멈춘 자리에 종일 비가 내린다
신의 탄식이 굳어 대리석이 된 몸
더 이상 새의 파닥거림도 구름 한 점도 흐르지 않는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의 돌기둥 아래
울음 삼킨 두 모자는 침묵으로 살아 움직인다
비껴간 두 모자의 안개에 갇힌 시선과 시선 사이
날지 못하는 날개가 되어 깊은 뿔로 자란다
정지된 시간 속 슬픔의 숨결로
미켈란젤로의 뾰족한 釘이 나의 명치끝을 두드릴 때마다
시간의 벽이 허물어져 소금꽃으로 피어나는 피에타*
나는 그 하얀 돌섬이 된다
드디어 한 세계가 닫히고 또 한 세계가 열린다

*피에타 :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후, 성모 마리아의 무릎에 놓여 진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묘사한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

* 김정미
* 강원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
* 2008년 <동서커피문학상> 최우수상
* 2009년 <계간수필> 등단
* 2016년 <시와 소금> 시 등단
* 수필집 <비빔밥과 모차르트>
* 시집 <오베르밀밭의 귀>
* 2017년 <춘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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