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5월의 향기

현종길

오월
철새 하나 둘씩
늙은 향나무로 날아든다
연약한 팔 힘껏 벌려
새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철없는 새
향나무 가슴을 쪼아대고
발톱으로 할퀴며
온몸에 상처를 낸다.

상처에서 향내를 토해낸다
제 몸을 도끼로 찍어내도
향기를 내어주는 향나무
향나무가 아프다고
팔짱을 낀다면
새들은 어찌 되었을까?

새들에게 둥지가 되고
지친 행인에게 그늘을 주는
오월의 향나무
숨이 찬 듯 비틀 댄다
아차! 정신이 든 새
향나무를 업어본다
수수깡처럼 겁석하다.

내 심장에
바늘 한 쌈이 꼿친다.
향나무는 마지막 살점을 떼어
향불로 살라
오월의 향기로 남는다.

평생 다 내어주기만 한
향나무
내 어머니를 닮은 나무
새는 눈물 젖은 치마를 펼쳐
속 텅 빈 향나무를 껴안는다.

제42회 신사임당 전국문예 예능대회 (시 부문 장원)

* 현종길 시인
* 「문장 21」(시) 신인상 등단 (2013)
* 국제 PEN 한국본부 회원
* 강원 PEN문학 운영위원
* 삼악시 동인회 회장역임
* 사임당 문학회 詩文會 편집위원
* 춘천 문학상 수상 (2018년)
* 춘천문협 이사
* 강원여성문학인회 이사
* 한국문인협회 강원문학 회원
* 강원기독문학 감사
* 저서 「한 알의 포도가 풀무를 돌린다」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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