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론] 섣달그믐날


박혁종 본지 대표

올해 들어 정부가 규제 혁신, 산업구조 재편, 미래 신성장 산업 육성 등을 위해 혁신성장을 가시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어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청년 고용시장 위축, 집값 상승으로 부모에 의존하는 청년층이 늘어난다는 점도 올해 두드러질 특징으로 지목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7일 발표한 ‘2019년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전체 실업률은 2011년 3.4%에서 2018년 3.8%로 소폭 오른 가운데 15∼34세 청년실업률은 같은 기간 6.1%에서 7.6%로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지난 1997년 22여 년 전 IMF위기로 고도성장의 신화가 무너지고, 그토록 열심히 땀 흘려 쌓은 부가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을 온 몸으로 겪으면서 물질적 성장이나 부는 결국 행복을 위함이라는 사회적 자각이 일어났다, 앞만 보고 달리던 한국인들은 비로소 개인의 가치에 눈을 떴고, 삶의 질에 눈을 돌렸다. 누구든 차별 없이 행복을 누려야 한다는 평등의식도 크게 성장했다.
이러한 문화 인식이 변변한 직장 없이 옥탑방에 살면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청년들도 그것이 행복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손자들을 좀 키워달라는 요청에 차라리 양육비를 주겠다며 거절하는 부모세대들도 그 이유를 자신의 행복이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집단의 이익과 명분이 개인을 압도하던 20~30년전 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물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행복은 중요한 과제다. 물질적으로 큰 발전을 이뤘지만 불평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고 개개인의 삶의 질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새처럼 행복이 마치 삶의 유일한 목표처럼, 모든 가치를 압도하듯 신앙 시 되는 풍토는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행복은 그렇게 홀로, 붙잡고 매달리면 얻어질 수 있는 것인가? 행복이라는 말에 낀 거품부터 걷어내야지 싶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감각적 쾌락, 감각적 만족과 동일시한다. 오감이 즐겁고 만족한 상태를 곧 행복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이렇게 행복을 정의하다보면 감각적 즐거움을 얻기 위해 돈과 명예 권력을 얻는 것이 행복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 되고 만다. 그 기회를 가진 삶은 행복하고 못 가진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사회경제적 약자인 청년들은 아예 행복할 길이 없을뿐더러 그 불행 위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기성세대들도 결국은 행복할 수 없다. 누군가의 불행 위에 세워진 행복은 오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덧없는 감각적 기쁨에 매달리려고 하는 행복은, 자신의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덤으로 얻어지는 일시적 상태일 뿐 붙들고 매달려야 할 삶의 목표여서는 곤란하다.
청년들과 살면서 행복에 대한 관념이 고통을 낳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나는 행복해야 돼, 내 행복이 중요해라는 생각이 오히려 불행의 덫이 되어버리는 경우다.
요즘 나나 너나 할 것 없이 행복이라는 말이 넘쳐난다. 육체·정신의 감각적 즐거움을 행복이라 호도하는 세간과 비슷해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행복은 각자가 주인 된 자세로 단순 소박한 삶을 누리면서, 나날이 홀가분한 대자유의 삶을 통해, 그런 삶을 몸소 행하는 이들 간의 조화로운 연대에서 나오지 않을까? 혹시 필자의 글이 요즘 신세대 청년들에게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왕 이렇게 ‘꼰대’ 소리를 들을 것이라면 한마디 더 해야겠다.
지금 이후로는 나 자신을 큰 울림으로 돌아보면서, 주위 사람들이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을 돌아보지 않은 채, 오로지 나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나가보라. 그리하여 나의 심신을 깨끗하게 하고 외물의 유혹을 끊으며, 구태를 말끔히 없애 치우고 새로 얻기를 힘쓰되, 잠시 동안이라도 끊어짐이 없게 해 보는 것으로 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해야만 조금씩이나마 차츰차츰 진보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묵은해인 무술년(戊戌年)은 가고, ‘황금 돼지’의 해라는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이하자. 한 해가 새로 시작되는 이즈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반성하고, 새해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지 않는가. 부지런한 사람들은 일몰의 명소를 찾아가 장엄하게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면서 숙연한 마음으로 지난 한 해의 일을 반성해 보기도 하고, 일출의 명소를 찾아가 찬란하게 뜨는 아침 해를 바라보면서 엄숙한 마음으로 새해의 계획을 세운다. 애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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