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열 논란으로 번진 ‘야동 차단’

정부가 최근 이전보다 강화된 방식의 해외 음란·불법 사이트 차단 기술을 도입하자, 신규 기술이 사실상 우회적인 감청 통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확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야동(야한 동영상) 차단’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1일부터 시행한 음란·도박 사이트에 대한 ‘https 차단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의 참여자가 25만명을 넘어서자 방통위가 답변을 내 놓았다.
방통위는 이번 https 차단 정책이 사전 검열이 아닐뿐더러 주체가 정부가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으로 인터넷사업자가 차단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https 차단 정책은 편지, 전화의 통신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편지 봉투에 적힌 주소나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것이라 ‘인터넷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https 차단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의 참여자들은 답변이 미흡하고 소통부재라며 재 청원에 나서는 등 연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역 앞에서 인터넷 검열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바바리맨 잡자고 바바리 못 입게 하지 마라’. 정부의 광범위한 인터넷 규제에 대한 반발이다.
문제는 신규 기술인 https의 등장이다. 이용자가 스마트폰·PC에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할 때 필요한 일종의 사이트 주소를 정하는 규약이다. 예전에 주로 쓰이던 규약인 http는 모두 차단했지만, 보안을 강화한 업그레이드 버전인 https는 막지 못했었다. 이번에 방통위가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http가 전화번호와 주소를 겉면에 고스란히 드러낸 우편물 봉투라면 https는 오가는 내용을 암호화한 봉투”라며 “신규 방식은 전 세계 주요 사이트 대부분에 적용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도박이나 음란물 사이트들은 그동안 이 기술을 적용해 차단 조치를 피해왔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 차단 기술은 단계별로 달라져왔다”며 “사이트 차단 조치를 해도 네티즌들이 우회 접속과 같은 다른 방식을 발견해 계속 접속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차단 과정에서 음란물 사이트에 접속한 개인의 기록을 정부가 들여다볼 여지가 생긴 것이다. 정부는 “실제 통신 내용은 모두 암호화돼 있어, 개개인의 정보는 국가가 보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네티즌들은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분야의 시민단체인 오픈넷 관계자는 “정부가 적용한 기술은 이용자 접속 정보를 읽고 송수신을 방해하는 감청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접속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통신 정보에 대한 국가기관과 통신업체의 영향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개별 사용자의 통신 정보를 쉽게 볼 수 있어 인터넷 이용자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포르노나 음란물은 이미 가치 판단이 돼 있는 부정적인 용어다. 포르노그래피는 그리스어로 창녀(pornoi)와 문서(graphos)의 합성어다. 영어로 음란(obscenity)이라고도 하는데 라틴어로 오물(ob-caenum)에서 유래한 말이다. 반면 성 표현물이라는 용어는 인간의 성행동과 관련된 표현물 일체를 가리킨다. 성 표현물이란 가치중립적인 용어다. 동일한 성 표현물일지라도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범위가 있고 금지되는 표현물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음란물은 형법과 정보통신망법 등으로 금지돼 있다. 형법(제245조)에는 공연음란죄 조항이 마련돼 있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인터넷상의 음란물은 더욱 엄격하게 처벌한다.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7)은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은 불법 정보로 규정하고 이를 유통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인터넷상의 음란물이란 엄격하게 규제해야 하는 불법 콘텐츠다.
문제는 성 표현물로서의 야동과 불법 콘텐츠인 음란물에 대한 판단 기준이다. 음란물로 불법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 현실 속에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하급심 판례에서 음란물로 간주됐다가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경우도 많다. 또 그 사회의 음란 기준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하는 개념이다.
이번 소동은 야동 차단이 아니라 음란물 차단이라고 해야 맞다. 그런 의미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음란 사이트보다는 불법 촬영물이나 아동 음란물이라고 특정하는 것이 명쾌하다. 야동을 볼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콘텐츠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이용자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데 정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겠다고 공약했음에도 줄줄이 내놓는 정책들이 거의 규제 강화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인터넷 규제는 정당성과 합리성이 결여될수록 우회로나 음성적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용어해설 : https -이용자가 PC나 스마트폰에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방식을 정한 인터넷 규약이다. 예전 주로 쓰이던 규약은 http(hypertext transfer protocol)였다.
예컨대 http://www.newskwj.co.kr과 같은 식이다. 이용자가 이 주소를 입력해 강원장애인복지신문 사이트의 서버를 찾아와, 각종 데이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이용자와 서버 간 오가는 정보를 해커가 가로채서 가져갈 우려가 있다. https는 인터넷에서 오가는 데이터를 암호화해 보안을 강화한 것이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사이트를 포함해 전 세계 주요 사이트의 절반 이상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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