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 일자리 돕겠다는 ‘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청와대 집무실에 상황판을 설치해 놓고 청년 일자리를 독려하고는 있지만, 일자리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4조원대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청년 일자리 22만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핵심은 나라 돈으로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겠다는 것인데, 자세히 따져 보면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
먼저 정부 대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근로환경 격차는 취업시장의 왜곡으로 이어져 실제 지난해 중소기업 평균연봉은 2천500만 원, 대기업 평균보다 1천300만 원 적어 구직자들이 지원을 꺼릴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이 심하지만 연봉 2천500만 원에는 구직자들이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탓에 정부가 이 임금격차를 줄이는 내용의 일자리대책을 내놨는데, 지방의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대졸 초임 연봉으로 평균 2천500만 원을 주고, 정부가 자산형성, 주거비, 교통비 명목으로 연간 1000만 원 이상씩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으로 간 청년에겐 5년간 소득세 면제와 더불어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가 3년 동안 근무하는 동안 600만 원을 모으면, 정부가 ‘청년 내일 채움 공제’를 통해 2천400만 원을 보탠 뒤 3000만 원의 목돈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또 교통여건이 열악한 지방 산업단지에 취업했을 경우 교통비로 매달 1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일단 이 내용만 두고 보면 파격적이지만 정부가 그동안 청년 일자리 대책을 꼼꼼히 따져보면 돈이 없어서 일자리를 못 만든 건 아니다. 작년 일자리 예산도 아직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책 역시 허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드는 것인데 정부가 직접 나서 세금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아니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일자리 추경으로 11조 2천억 원을 쏟아 부었다. 당초 공무원 등 11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제 만들어진 직접 일자리 수는 6만7천개에 그쳤고, 그나마 3만개는 청년 일자리와 상관없는 노년층 단기 일자리였다.
당시 청년 일자리 수도 9천개를 목표로 세웠지만, 실제는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번 대책에 다시 등장한 중소기업 청년 고용창출 장려금과 ‘청년 내일 채움 공제’ 예산은, 당시 282억 원의 추경예산을 확보하고도 각각 35%와 59%만 사용하는데 그쳤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추가 재정 투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신산업을 육성한다던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키워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원인을 해소시켜줘야 한다”고 했다. 당장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면 된다는 식의 처방이 재정 남발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문 정부의 청년일자리 대책이 대중주의(大衆主義) 또는 포퓰리즘(Populism)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나 하는 염려스러움이 적지 않다.
사실 세상은 솔직한 ‘나’보다 드러내 과시하는 ‘나’를 더 알아주는 게 맞다. 그러다 보니 사람은 세상을 살면서 솔직한 ‘나’보다는 드러내 과시하는 ‘나’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신을 드러낼수록 솔직한 나로부터 멀어지고 가식이 하나둘 보태지면서 어쩌면 불행하게도 진짜 ‘나’를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본분을 안다면 물질적 풍요를 함부로 구하지 않고 분수에 맡길 수 있으며, 사회적 성공을 기필하지 않고 주어지는 기회에 순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는 현실의 본분을 벗어나 자신들을 꾸미고 드러내는 데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기에 편승해 더 잘난 외형과 더 많은 자격증과 더 높은 지위에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던지는 것 같다.
성형과 화장으로 꾸며진 외형이 솔직한 자신이 아니며, 수십 장의 자격증도 솔직한 자신도 아니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올라간 그 자리 역시 솔직한 자신이 아니다. 그렇지만 솔직한 자신보다는 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꾸며진 자신을 원하는 사회적 요구를 외면하기도 어렵지만 정부는 단호히 분수와 노력을 통한 일자리를 얻으려는 젊은이들을 기업을 통해 얻어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살아남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지 말고 이들이 선한 경쟁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제도와 방법마련에 영향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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