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 사용자가 탑승 어려운 케이블카·모노레일 ‘수두룩’

국회 문정복 의원, 교통약자법 개정 추진…국토교통부, “부처 간 협의 개선 노력”

◇ 한국장애인관광협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등이 29일 오후 ‘케이블카 및 모노레일의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궤도운송법에 따르면 케이블카(삭도)와 모노레일(궤도) 등은 선로에서 운행할 목적으로 제작된 ‘궤도차량’이다.
차량임에도 휠체어 사용자 등 교통약자들은 접근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어야 하는 교통수단에 케이블카 및 모노레일 등 궤도차량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3월 한국장애인관광협회가 전국 궤도 및 삭도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탑승장에서 궤도차량까지 별도의 이동조치나 도움 없이 전동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곳은 단 6곳으로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했다.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97개 업체, 201개 기수 중 사람을 운송하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전국의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은 총 199기다. 이중 교통약자 접근성은 휠체어승강설비(23.2%), 휠체어보관함(17.2%), 교통약자용 좌석(16.2%) 등 대부분의 항목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이 장애인 관광 접근성을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장애인관광협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더불어민주당 문정복·장경태·최혜영 국회의원실과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정책위원회,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와 29일 오후 ‘케이블카 및 모노레일의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는 궤도차량의 문제점을 알림과 동시에, 지난 21일 교통약자법상 교통수단에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을 포함한 문정복 의원의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문정복 의원의 개정안 핵심은 교통약자법 제2조 정의에 ‘궤도운송법’ 제2조 제3호 나목의 궤도차량 중 사람을 운송하는 차량을 신설하고, 여객시설에는 궤도차량을 제외한 시설 등을 포함했다. 교통사업자도 마찬가지다.
이날 발표에 나선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는 “접근성 문제는 크게 ▲탑승장(건물)의 접근성 부재 ▲궤도 차량과 탑승장의 편의시설 부재 ▲궤도차량 자체 구조적 문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른 배리어프리 건축물 기준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파악한 결과, 199개 중 나주혁신도시 모노레일과 설악산 케이블카 2곳을 제외하고는 접근성을 적절히 갖춘 시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등편의법이 지난 1998년 처음 제정됐고, 교통약자법은 2006년에 제정된 것을 고려하더라도 전체 199기 중 62기(31%)가 2006년 이후에 마련된 만큼, 편의시설을 설치할 시간이 충분했다” 며 “15년이 지난 지금도 교통약자법에서 규정한 교통수단에 궤도와 삭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편의시설 설치 기준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휠체어 사용자 등이 국내 궤도차량에 탑승하고자 해당 관광지를 방문할 경우 수동휠체어로 바꿔타기를 요구받거나, 차량 입구가 좁아 탑승을 거절당하고 있다. 심지어 궤도차량까지 접근조차가 안 되는 곳 등이 비일비재하다.
조봉현 경기도장애인편의시설도민촉진단 단장은 “순천만 스카이큐브(모노레일)는 출발역에선 엘리베이터와 단차 없는 승강장 등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종착역에 내리면 지상으로 가는 길이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어 역사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꼬집었다.
조 단장은 또 울산 장생포 고래마을 모노레일에서도 자신의 차별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전동휠체어로 탑승할 수가 없어 시설에 문의하자 담당 직원은 ‘휠체어 장애인도 얼마든지 탈 수 있고, 휠체어에 내려서 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말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윤선 한국접근가능성관광네트워크 대표는 “팔공산, 내장산 등 국립공원에 설치된 오래된 왕복형(정지형) 케이블카는 승강장에 접근할 수 없는 곳이 다수이다”면서 “심지어 열린 관광지인 통영 한려해상 케이블카는 승강장과 케이블카 사이 단차가 높아 전동휠체어 사용자는 수동휠체어로 갈아야 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이날 토론에서 국내 곳곳의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의 접근성 등을 조사, 문제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안성준 한국장애인개발원 UD환경정책기획팀장은 국내 법령 중 ‘건축법’과 미국과 일본 등 해외 기준을 예로 들며 ▲정부와 지자체는 궤도시설 설치에 대한 사업자 선정 시 BF인증을 의무화 할 것 ▲궤도시설 설치 시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르도록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궤도운송법 개정 ▲건축법 개정을 통해 궤도시설에 대한 용도구분을 ‘운수시설’에 포함되도록 함으로써 교통약자법 또는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을 통해 편의시설 대상시설에 적용을 받도록 할 것 등을 제시했다.
박기준 도시철도연구원은 “도시철도의 시설 개선은 법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며 “궤도운송법상 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궤·삭도시설을 교통수단으로 인정, 교통약자법상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 시설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남국 국토교통부 생활교통복지과장은 “필요성은 공감한다” 면서도 “이동편의증진제도는 교통약자법과 장애인등편의법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대부분 궤·삭도는 공원시설에 설치되기 때문에 복지부 소관인 장애인등편의법을 개정하는 게 맞다” 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 여건이나 업무 효율성을 고려, 복지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바로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기준 등 관련 규정 정비를 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면서 “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교통약자법 시행령에 넣는 방향도 검토, 해당 부처 협의를 통해 이동편의시설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죽희 기자/newsk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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