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강 하구에 잠든 것들을 위하여

이영춘

잠든 하구의 저 구석까지 내려가면
오래전 가라앉은 빈 돛배 한 척 끌어 올릴 수 있을까
죽은 물고기 떼가 부유하듯 내 잠 속을 흔드는 알 수 없는 저 암호의 흔들림
빛 바랜 낡은 코트 깃을 타고 오르는 햇살들은 어느 하구에 이르러
그 꿈을 건져 올릴 수 있을까

귀가 잠든 이 도시의 밤
한 사람이 가고 또 한 사람이 갔다
도시의 한 뿌리가 흔들리듯
관절 꺾인 무릎이 흔들린다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까지 가야 하나
부유하는 것들의 알 수 없는 정체
세이렌*의 노래처럼 물속의 비밀처럼
꿈을 잃고 신발을 잃고 뼈를 잃고
다 잃은 빈 몸의 통증으로
아득히 떠도는 저 하구의 새털 같은 구름 떼

누구의 혼령으로 이 지상의 암호를 건져 올릴 수 있을까
잠들게 할 수 있을까
오오, 강물이여! 죽은 자들의 침묵이여!

* 세이렌[Seiren] : 상반신은 여자이고 하반신은 새 모양을 한 채 바다 위로 솟은 바위 위에 앉아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을 꾀어 죽게 했다는 바다의 요정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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