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詩)] 와디wadi의 바람 / 이영춘

어느 사막에 몸 눕혀야 할까 숨 쉬는 순간마다 목 조이는 바람, 바람의 사슬,
사슬의 길이만큼 내가 온 길은 지워지고 길을 잃는다
불 꺼진 벌판, 잃어버린 한 쪽 다리는 어둠을 켜듯 아득히 허공에 걸려 있다
허공과 허공 사이에 끼인 내 몸은 점점이 얼음 조각이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가면 나를 만날 수 있을까 숨 쉬는 계곡마다 바람이 인다
바람에 갇힌 눈 먼 산새 한 마리 대낮 한복판에 누워 허공을 밟고 간다
내가 나를 찾지 못한 바람의 바퀴, 그 어둠의 바퀴들이 내 심장을 밟고 간다
내가 없다 없는 나를 데리고 사막을 건너간다
사막의 한 중심에서 흰 발목 하나 보인다
하늘에 걸려 있는 발 하나 암호처럼 환상처럼 별들을 지우고 간다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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