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닭들에게 묻다 – 이영춘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강둑에서 닭들이 뒤뚱뒤뚱 모이를 쫀다
깊은 부리, 바닥에 박고 바닥이 밥그릇인 양
연신 부리를 꺾는다

나는 무릎 구부려 한참을 그들이 쪼는 것을 외경으로 들여다보다가
묻는다.
“너희들은 왜 사는 거니?”

닭들이 무언가 알아들은 듯 힐끔 쳐다보고는 푸드득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저희들 끼리 수군거린다
“별꼴이야? 우리들한테 왜 그런 걸 물어 봐 ? 사는 대로 사는 거지!”

어느 새 강은 어스름에 물들고
닭의 깃털 같은 안개가 내려와 내 말을 물고 달아난다
닭들도 덩달아 나뭇가지에 올라가 푸드득 푸드득 깃을 치며 중얼거린다

“사는 건 죽으러 가는 거야, 보시하러 가는 거!
너도 빨리 신발 벗고 올라와 봐!
등뼈 하얗게 드러나도록 허공에 닿는 거야!“

먼 듯 가까이서 들려오는 아낙의 목소리
구구구- 구구구- 구름송이로 번지는 둥근 목소리가
닭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빠르게 사라진다

강마을 민물매운탕 낮은 지붕에서 연기는 피어오르고

나도 없고 닭도 없는 허허한 하늘이 잠시 내려와 놀다간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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