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떠도는 가방-이영춘

어둠의 손짓이 그의 방향키를 세운다
때로는 바람의 입술이 되기도 한다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는 나를 이끌고 다닌다

꽉 잠긴 자크의 입처럼 그의 속에는
바람 주머니와 알약의 비닐팩들과
속옷, 양말 자잘한 일상들이
그의 몸통보다 큰 분신이 된다

주렁주렁한 링겔병들이 그의 그림자로
누울 때면
탱탱 부풀어 오르는 주름의 혓바닥이
하늘을 핥는다

그러므로
가방은 눈물이다

가방은 열린 금기다
가방은 내 영혼이 묶인 방향 키다

그래 가자, 그가 이끄는 대로
생生과 사死를 끌고 다니는 수레의
바람 속으로

 

· 이영춘
· 평창 봉평 출생
· 전 원주여고 교장
·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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