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균열

이영춘

우리는 너와 나의 관계에서 존재한다
한 사람은 위에 있고 한 사람은 아래에 있는 관계가 아닌,
한 사람은 앞에 있고 한 사람은 뒷자리에 있는 관계가 아닌,
세상은 이것을 뒤집으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뒤집는 것은 적폐다

너와 나의 관계에는 거래가 존재한다 뒷거래가 아닌 균등의 거래
네가 한 그릇의 밥을 사고
내가 한 사발의 국수를 사고—평행이다 국수올 같은

모든 관계는 관심에서 존재한다. 존재는 관심이다
감정의 질량이다 저 깊은 심층을 뚫고 올라오는 리비도의 질량,
리비도는 파고가 강하다
이 파고의 질량으로 너와 나의 관계는 깨지기도 하고 존재하기도 한다

관계는 바퀴다 바람의 바퀴, 감정의 바퀴. 거래의 바퀴,
그 바퀴는 오늘도 나를 끌고 아슬아슬하게 돌아간다
잘 살아냈다고 나는 나의 보이지 않는 감정에게
적막한 하루의 목덜미를 어루만져 준다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 저작권자 © 강원장애인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