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눈(雪)을 받아 적다

 

이영춘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눈 내리는 날 광장서적 라운지에 앉아
유리벽 결 따라 이동하는 눈발에 내 눈알 박아 넣고
눈발 사이에 끼인 나를 꺼내 받아 적는다

시린 발 움츠리며 한쪽으로만 기울어졌던 한 세기
밥이 될 수 없었던 아득한 한 세기의 곤궁한 눈발이
아린 목구멍으로 쏟아져 내린다

십 리 이십 리 걸어 아득히 닿을 수 없던 하늘 저쪽
아버지 찾아 길 떠난 동생들은 눈 속에 묻혀 돌아 올 길을 잃고
산비탈 언덕 아래 불 꺼진 그 집, 침묵으로 울음 삼키는데
섬돌 위에 누워 있는 신발 한 켤레 홀로
문밖 인기척에 귀 기울여 젖고 있다

눈발에 묻혀간 나의 그들은 지금 이 광장 라운지
어느 문틈 사이에서 눈물로 지워지고 있나
어느 생을 건너기 위해 다시 살아나고 있나
눈발은 내리는데, 내려
죽은 새들의 이름으로 되돌아 와
내 붉은 심장에 푹푹 내리꽂히는데

삭히지 못한 열두 모금의 뜨거운 울음
입속에서 붉은 가시로 돋아나 왈칵
더운 피를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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