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달, 내 창에 걸리다


이영춘

깊은 밤,
문득 고개 들어 창 밖을 내다 보니
달이 내 창에 결려 있다
어디가 아픈지 그 얼굴 핼쑥하다
손 내밀어 그의 무릎 꽉 붙잡고
두 다리 만져 보니
다리가 하나도 없다
어찌 해야 하나? 갈팡질팡
방 안을 빙빙 돌고 있는데
어느 새 달은 저 만큼 도망 가 있다
깊은 밤 웬 시름이 이리 클까?
눈 감고 한숨 들이쉬니
어머니 냄새 확 풍긴다
아, 아까 그 달,
어머니였구나!
다시 문 열고 손 내밀어도
아득히 멀기만 한
저 얼음 무덤

·이 영 춘
·평창봉평 출생
·전 원주여고 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강원장애인복지신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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