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소양로 기와집골

소양로 기와집골

김금분

수더분하게 보이던 여자가 화를 내면 보통이 아니듯이,
삼월 추위가 이리 독할 것이 무언가

중도 흙바람 떼지어
소양강 가로질러 시내로 진입하고 있다

슬쩍 물에 닿기도 전에
선착장은 혼비백산이 되고
배조차 묶이지 못해 출렁출렁
한겨울보다 매서운 바람이 도시를 뒤흔든다

소양로 기와집골 반쯤 헐린 옛 집들
저기 살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춘천의 부촌이었던 자부심이 빈촌으로 밀려가는 사이
이렇게 흙바람 일으켰겠다
눈보라 막아주던 비닐조각 흩날리고
포클레인 주둥이가 얼어붙도록 겨울을 지내고도
짐을 다 싸지 못한 기와집골 움푹 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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