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쌀


이영춘

막내 동생 이곳 춘천에서 자취하며 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이다
“누나, 쌀이 떨어졌어!” 쌀알 같이 갈라진 목소리 전화선 저 너머에서
아득히 넘어왔다 내 아이라면 쏜살같이 달려가 입에 밥알 떠 넣을 텐데…,

한 발 건너 한 치라고 무심히 흘려버렸던 그 목소리, 목소리 사이사이로
달은 기울고 몇 구비의 강물은 달빛을 지우며 갔다 그런데 이 가을날 문득
쌀알처럼 찾아오는 그의 목소리, 목소리 저 너머에서 달빛이 살아나고

날벼 알갱이들이 내 목구멍으로 날아든다 이제 이 지상에는 없는 그 목소리,
날 푸른 화살촉으로 내 심장을 명중시키고 있다

  • 이영춘
  • 평창 봉평 출생
  • 전 원주여고 교장
  •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겸 감사
  • 강원장애인복지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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