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한 아름 절정을 꽃병에 꽂는다

금시아

먼 아랫녘 꽃 소식에 태엽을 맞춘다
꽃의 절정 과녁이 된다

꽃샘추위가 온 몸에 도졌다가 사그라진다

꽃밥을 먹다 체한 듯
며칠을 앓고 뒤척인다
급하게 몸살 난 며칠이 또 지나갔던가
남쪽 꽃들 화르르 무너지고
봄 한 귀퉁이 어디론가 훌쩍 떠난다

햇살이 만발한 창가에 앉아 싫증난 스웨터를 푼다
잘 풀리다 따로 묶여진 꽃 만난다
그 때는 손 놓고
꽃 푸는 일에 열중해야 한다
묵은 팔뚝까지 잘라내
따낸 꽃으로 무엇을 짤까

겨울에게 입힐 옷은 그만 떠야지

따뜻한 남쪽으로 쭉 잡아당겨 몇 그루 생각나무를 심는다
짓무르고 움츠렸던 내 겨드랑이마다
노란 동백꽃 올챙이들,
톡톡톡 터진다

한아름 절정을 꽃병에 꽂는다

* 금 시 아
* 2014년《시와 표현》으로 등단
* 제3회 여성조선문학상대상
* 제17회 김유정기억하기전국공모전‘시’ 대상
* 춘천문학상 수상
* 시집:『툭,의 녹취록』
* 에세이『뜻밖의 만남. Ana』 등.

< 저작권자 © 강원장애인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