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 울린 농아인 투자사기단 ‘행복팀’ 총책 징역 20년

유사수신 법률 위반 사건에 범죄단체조직 적용 처음

◇ 농아인 200여 명이 김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전국의 농아인(청각장애인)들을 상대로 고수익을 벌 수 있다며 사기행각을 벌여 거액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행복팀’ 사기 사건의 총책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장용범 부장판사)는 23일 특경법상 상습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행복팀 총책 김모(45)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사기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으로는 이례적 선고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행복팀’을 결성해 농아인들 복지사업 명분으로 고수익을 벌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받아 가로챘다” 며 “자신들도 농아인으로 누구보다 농아인들의 사회적 특성, 지적능력 등을 잘 알면서 이를 적극 악용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피고인들은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협박해 신고를 막고 이를 비방하는 글을 SNS에 올리면 적극 대응해 치밀하게 사건을 은폐시켰다” 며 “피해금이 많은데도 제대로 변제되지 않은 점, 피해자들이 여전히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점, 피해자 상당수가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사기행각의 공동목적으로 행복팀을 구성해 팀장, 총괄대표, 지역대표 등 수직적 위계질서, 지역별 조직 체계를 갖추며 지휘통솔 체제를 운영하는 등 범죄 목적의 단체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돼 향후 유사 사건 판례에 있어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사기 혐의에서 특경법상 상습사기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씨도 형법상 감경 대상이 되는 농아인인 점을 감안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은 ‘행복팀’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만든 총책 등 농아인 조직원들이 농아인 수백명에게 고수익을 미끼로 수백억원을 받아 가로챈 사건이다. 이 사건에 가담한 일부 행복팀 지역 팀장들은 경찰에 적발되고도 피해자들을 회유해 피해 신고를 하지 못하게 했다. 이 때문에 실제 피해자들과 피해액이 훨씬 많음에도 현재까지 수사기관에 피해신고가 접수된 것은 피해자 150여 명에 97억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일부 피해자들은 이들의 협박에 못 이겨 고소를 취하하기도 했다.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불어나는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안타까운 비극이 잇따르면서 농아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피해 농아인과 가족 등으로 구성된 ‘행복팀 투자사기 피해 공동대책위원회’는 가해자들의 재판이 진행될 때마다 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엄벌을 촉구해왔다. 총책 선고가 열린 이날 새벽부터 농아인 200여 명이 김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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