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동료 지적장애인 돈 갈취 후 감금폭행한 일당 ‘쇠고랑’

부산 금정경찰, 주범 포함 12명 적발

정신병원 입원 옛 동료 꾀어…수급비·자립지원금 등 강탈

“더 이상 이용당하기 싫습니다. 다시 입원시켜 주세요” 정 모(21) 씨는 마지막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부탁했다. 자립지원금을 빼앗기고, 폭행과 감금에 시달렸던 정 씨는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몸서리쳤다.
정 씨가 이 모(20) 씨를 만난 것은 부산의 한 보육원이었다. 둘은 함께 자랐다. 정 씨에게는 지적장애가 있었지만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정 씨는 스무 살이 되던 2016년, 보육원을 나와 대구의 한 정신병원으로 옮겼다. 스스로 혼자 살 자신이 없어 저렴하면서 자기에게 맞는 병원을 찾아간 것이다.
이듬해 이 씨도 보육원에서 나왔다. 혼자 살던 그는 경제적으로 쪼들리자 정 씨를 떠올렸다. 정 씨가 정부로부터 매달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다는 것까지 생각한 것이다. 이 씨는 주소지를 옮겨 자기랑 살자고 정 씨에게 제안했다.
그렇게 지난해 7월 이 씨는 부산 금정구 자신의 원룸으로 정 씨를 데려왔다. 평소 이 씨는 정 씨를 형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돈을 내놓지 않으면 욕설을 퍼부었다. 한 달에 50만 원에 달하는 수급비를 자신에게 주지 않으면 마구 때렸고, 자립지원금으로 나온 300만 원도 “빌려간다”며 빼앗았다. 이 씨는 이렇게 정 씨의 돈 970만 원을 갈취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씨의 지인인 김 모(24) 씨는 정 씨에게 친한 지인들을 데리고 오라고 한 뒤 1인당 5~6대의 휴대폰을 개통시켜 휴대폰 지원금 등 1천150만 원을 가로챘다. 악행을 견디다 못한 정 씨는 원래 있던 대구의 병원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이 씨 등은 행적을 추적해 정 씨를 찾아냈다. 그러고는 모텔에 가두고 또 추행과 폭행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 일당은 지난해 7월부터 올 2월까지 6개월여 간 정 씨와 정 씨 지인들의 돈 2000여만 원을 빼앗고 폭행했다. 결국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입원시켜 달라”고 진술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이 씨 일당은 경찰에서도 반성의 기미가 없었고 당당하고 뻔뻔했다”며 “정 씨는 장애가 심하지 않아 충분히 성실히 살 수 있었는데 자립 의지가 꺾여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장애인 폭행 및 감금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 씨와 김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돈을 빼앗아 나눠 가진 이 씨 지인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폭행 등에 가담한 또 다른 김 모(20) 씨가 올 3월 입대한 것을 확인해 사건을 군에 이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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