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토사구팽(兎死狗烹)에 분노한 삼척시민 사회

올해 초 이명박 전 대통령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의혹’과 관련 UAE 원전에 관한 이면계약이 ‘있었다’ ‘없었다’ 등으로 나라를 한바탕 시끄럽게 하더니 삼척시민들 사이에서 풍문으로만 떠돌던 ‘포스파워와 씨스포빌 사이에 30년간의 건설, 관리, 운송, 환경영향평가, 감리 등의 이면계약이 비밀리에 진행되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시민과 시민사회 등은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길거리로 나서 야단법석이다.
(사)부정비리추방시민연대 삼척발전시민연합은 지난 5월 29일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기업 포스파워는 삼척지역 씨스포빌 이라는 작은 업체에게 ▲소수력발전 시공 및 유지관리 30년 계약 ▲운송 하역시설 30년 계약 ▲석탄분진 40% 운송하역 30년 계약 ▲사후 환경영향평가 100억 원, 감리권 10억 원 등을 수십 년 동안 독점, 이면계약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부추연 삼척발전시민연합은 포스파워가 씨스포빌에게 30년 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이면계약까지 체결해 주며 포스파워 삼척화력발전소 유치를 추진해야 했던 배경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사)부추연과 시민연대가 큰 파장을 몰고 올 이번 기자회견 사태를 지켜보면서 시민들은 배신감과 분노를 삯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삼척시 상공회의소와 환경단체연합회, 삼척시 사회단체협의회 등은 18회에 거쳐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관련기관을 찾아다니며 포스파워 삼척석탄화력발전소 유치를 위해 밤 낯을 가리지 않고 호소와 애원으로 맨발로 뛰었다.
삼척시민과 사회는 오직 포스파워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약속한 다양한 투자계획으로 인해 지역주민의 고용창출과 함께 막대한 규모의 경제유발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신뢰와 믿음으로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로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에서, 먹고 살기도 힘든 현실을 뒤로 한 채 새벽이슬 밟아가며 서울로 세종시로 눈물겨운, 오직 포스파워 삼척화력발전소 유치에 사투를 벌여왔다. 그 결과는 올 초, 지역의 현실을 이해하고, 다수의 지역주민들의 희망을 고려한 정부는 포스파워 삼척화력발전소 인허가를 결정 했다.
이에 다수 삼척 시민은 환영하며 감사했지만 기대와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귀신도 알 수 없었던 특정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30년 간이나 체결한 포스파워는 시민과 시민사회를 토사구팽(兎死狗烹) 한 것인가? 귀측에 아니 물을 수 없다. 포스파워 는 삼척시민에게 지금 답해야 한다.
겉모습만 보고서 속마음까지 믿기 때문에 간사한 사람이 시민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어도 뉘우치지 않고 있으니 이는 말로 해서 감당하게 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장유(張維, 1587~1638))의 벗 중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생(李生) 아무개가 어느 날 족제비 꼬리털로 만든 황모필(黃毛筆)이라는 붓을 얻었는데, 터럭이 빼어나게 가늘고 번질번질 윤기가 흘러 아주 좋은 붓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붓을 한 번 털어 보니 그 속이 더부룩한 게 이상하여 붓에 먹을 적셔 시험 삼아 글씨를 써 보았지만, 바로 구부러져 꺾이는 바람에 글자가 제대로 써지지 않았다.
그래서 주의 깊게 살펴보니 그 속에 집어넣은 것은 거의가 개의 터럭으로, 가늘고 윤기가 나는 족제비 털을 겉에만 입혀 놓은 것이었으므로 경악하고 탄식해 마지않았다. 지금의 포스파워 삼척발전소가 취했던 행동이다. 아주 천박하기 짝이 없는 기업의 도덕성과 윤리를 우리 시민에게 적용한 것이다. 대기업이 시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다.
이런 것만 괴상한 것일까? 지난 3년 동안 포스파워는 시민을 상대로 대기업이라는 몸통을 의관(衣冠)으로 감싸고 언어를 그럴 듯하게 구사하면서 걸음걸이도 법도에 맞게 하고 얼굴색 역시 근엄하게 꾸몄으니 그들을 바라보는 삼척시민은 모두 믿음과 신뢰를 주는 대기업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어쩌면 삼척 시민 사회에 대한 책임을 함께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지닌 기업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남이 보지 않는 곳에 있으면서 이해관계가 걸린 상황을 만나게 되면 평소의 뜻을 바꿔 욕심을 부리며 불인(不仁)한 마음을 품고 불의(不義)한 행동을 한 것이 되는 것이다.
대체로 뛰어난 듯 번드르르하게 외양을 장식했지만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욕심이 가득 찬 행동이나 마음을 드러낸 포스파워와 이들을 부추겨 이면계약을 만들어낸 토착형 사대부들은, 마치 겉은 족제비 털로 되어 있지만 그 속은 온통 개의 털로 채워져 있는 이 붓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라고 했지만 보통 사람들은 외양만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해 믿고 의심하지 않는다. 나무랄 데 없이 그럴듯해 보이는 겉모습에 감추어진 속내를 간파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난신적자가 부귀영화를 누리고, 절의에 시민 모두가 던진 희생이 정당하게 평가를 받지 못하는 세상, 단지 돈과 권력이 정의가 되는 세상이라면 뼈다귀를 놓고 몰려다니며 다투는 무리와 무엇이 다르랴. 이런 세상일수록 더욱 역사의 도덕성을 구현하는 정직한 판단, 역사의 실존이 요청된다. 시민의 노력과 헌신, 희생으로 유치한 포스파워 삼척화력발전소를 (사)부추연 삼척발전시민연합이 비밀리 이면계약의 의혹을 밝힌 바, 시민 사회를 무시하고 특정업체에 30년간이나 일감 몰아주기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순자의 글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2016년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사자성어’이다.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이치를 반드시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박혁종 / 본지 대표

< 저작권자 © 강원장애인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