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서 빛난 별’ 선수들이 직접 밝힌 금53-종합2위 이유


대한민국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단이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33개, 종합 3위’의 당초 목표를 훌쩍 뛰어넘었다.
금53, 은45, 동46을 따내며 종합 2위에 올랐다. 목표보다 금메달을 무려 20개나 더 따내며 2위 이란(금51, 은42, 동 43), 일본(금45, 은70, 동 83)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냈다. 인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2위 수성에 성공했다.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술탄호텔 코리아하우스에서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결산 좌담회를 통해 이번 대회의 성과를 되짚었다. 이도연(핸드사이클 2관왕 2연패) 전민재(육상 2관왕 2연패) 권 현(수영 2연패, 수영단일팀) 신백호(볼링 2관왕) 박홍규(탁구 단일팀 은, 단식 은) 등 이번 대회 누구보다 빛난 메달리스트 5명이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전민식 선수단장, 정진완 총감독(이천훈련원장)과 함께 대회를 돌아보고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 볼링, 탁구, 사이클 선수들이 말하는 메달 초과 달성 이유
이번 대회 볼링(금12, 은7, 동3), 탁구(금9, 은10, 동6), 사이클(금7, 은2, 동1) 등은 효자종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금메달 목표를 2배 넘게 초과 달성, 한국이 종합 2위를 수성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목표 초과달성의 이유는 역시나 피나는 훈련뿐이었다.
핸드사이클 2관왕 2연패를 달성한 철녀 이도연은 “사이클은 뒤늦게 정식종목이 돼, 30일 밖에 훈련하지 못했다. 폭염에 남들 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 5시부터 나가서 90~100㎞를 뛰었다. 고된 훈련을 했다”고 털어놨다. “선수들끼리 힘들 때마다 국가대표는 우리 돈이 아닌 국가 세금으로 온 것인데 헛되이 쓰면 안 된다. 세금을 타 먹고 있으니 열심히 하자는 말을 나누면서 훈련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남북단일팀 ‘코리아’의 사상 첫 은메달, 단식 은메달을 획득한 10년차 탁구 국가대표 박홍규 역시 훈련량을 이야기 했다. “우리는 감독-코치 4명, 스태프 4명, 선수 25명이 훈련을 했는데 훈련기간은 짧았다. 합숙을 하면 기량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 짧은 기간이지만 감독님이 이야기를 안 해도 새벽, 오전, 오후, 야간 훈련을 쉬지 않았다. 숙소에 들어가면 늘 9~10시였다. 피나는 노력으로 서로 합심해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 기초종목 육상-수영 불모지에서 핀 꽃, 발전 방안은?
이번 대회 기초종목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을 남겼다. 육상에서 금메달 2개, 수영에서 금메달 1개를 획득했다. 여자 100-200m에서 2관왕 2연패를 달성한 전민재는 금메달 비결을 묻는 질문에 휴대폰 음성메시지로 답했다. “훈련은 항상 힘들지만 올해는 기나긴 여름 더위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살인적인 더위였기 때문에 그 더위와 싸워가며 훈련하느라 다들 더 힘들었을 거예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따서 정말 기뻐요. 더위에 땀흘리며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기쁘고, 이 기쁨 가족들과 저를 아는 모든 분들과 나누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전민재의 스승인 신순철 육상 대표팀 코치는 “민재는 나이를 떠나서 회복력이 빠르다. 같이 훈련하는 파트너들은 몇 분 뛰고 나면 몸이 처지는데 민재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돼 있다. 특수한 체질을 타고난 것 같다. 기초 체력을 단단하게 만들어놓으니 기록을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코치는 향후 육상 발전을 위한 기초 체력 및 체계적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첫 수영-탁구 남북 단일팀, 직접 해보니
수영 남자계영에서 장애인체육 사상 국제대회 첫 메달을 따낸 권 현은 “이번 대회 내내 외쳤던 ‘우리는 하나다’라는 문구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처음 본 북측 친구들과 정말 하나된 느낌이 들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박홍규는 남자탁구 단체전에서 스물한 살 어린 북측 신예 김영록과 환상의 복식 호흡을 선보였다. 은메달을 합작했다. “인천 대회때는 북측 선수를 적으로 만났다. 준결승에서 이기고 우승을 했다. 이번엔 한 팀으로 만나서 같이 훈련하고 호흡을 맞췄다. ‘신심(신뢰, 믿음)’처럼 가끔 못 알아듣는 말도 있었다. 처음에는 존칭을 썼지만 곧 편하게 불렀다. 나는 ‘영록아’ 라고 불렀고 영록이는 ‘삼촌’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세계최강 중국전에서 아쉽게 지긴 했지만 계속 이렇게 함께 하다보면 코리아가 아시아에선 무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기대감을 표했다.

▣ 평창패럴림픽 이후 첫 종합대회, 관심은 여전히 부족
이번 대회, 선수들의 선전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지만, 패럴림픽 이후 식어버린 관심 속에 선수들은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싸움을 치렀다. 지난 3월 평창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현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체감했던 이도연에게 선수로서 느낀 아시안게임의 분위기를 물었다. 이도연은 초연했다. “평창패럴림픽의 뜨거운 관심은 자국 대회라 가능했던 일이다. 밖에서 했다면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리우패럴림픽 때도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도 방송이 많이 나갔다면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의외로 우리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위에서 관심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2020 도쿄패럴림픽은 자국은 아니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 방송, 언론에서 더 많이 신경을 써주시면 좋겠다. 방송에 많이 나오면 우리 장애인 대회도 더 관심있게 봐주시지 않을까”
또 이날 좌담회에서 선수들은 한목소리로 국가대표 공식 훈련일수 연장을 열망했다.

▣ 2020년 도쿄패럴림픽을 꿈꾼다
2018년 자카르타에서 빛난 별들에게 다음 목표를 물었다. ‘육상여왕’ 전민재는 도쿄패럴림픽을 선수 은퇴 무대로 생각하고 있다. 신순철 코치는 “민재의 현 기록은 세계 3위다. 2020년까지 이 기록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선수들은 당일 컨디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컨디션만 좋으면 3위 이상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3번의 아시안게임에서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수영 에이스 권현은 도쿄 패럴림픽의 꿈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패럴림픽은 메달을 따면 너무 영광스럽지만 출전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대회다. 그런 것을 또 누려보고 싶다. 장애인 체육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볼링왕’ 신백호는 “첫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서 정말 뿌듯했다. 4년 후에 또 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볼링도 패럴림픽, 세계선수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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