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법 의견차 왜?…치료 필요성과 환자인권 ‘충돌’

복지부-의료계-환자단체-해석 달라, 시행과 개정까지 난항 예상

◇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재개정을 위한 토론회
◇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재개정을 위한 토론회

오는 5월 시행을 앞둔 정신보건법을 앞두고 의료계와 시민단체간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해 법 시행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의료계는 개정안이 의료 현장과 동떨어진 법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치료 당사자들은 강제입원 폐해가 심각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경정신의학회 주최로 16일 국회도서관에서 ‘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재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의료계는 정신질환자 입원을 위한 기준과 복지부의 대책이 의료계와 환자, 보호자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 2명의 동의를 전제로 한 입원기준이 비현실적이며, 헌법 재판소의 결정이 왜곡돼 개정안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강제 입원에 대한 기준이 강화돼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방치되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신경정신의학회 이명수 정신보건이사는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의 진단이 필요하도록 하는 방안은 공공의 책임성을 민간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수 이사는 “헌법 불합치에서 판단한 위헌 요소를 해결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2명 진단 체계가 아닌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 며 “현재 2명 진단 체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특이한 경우”라고 비판했다.
이어 “개정안은 입원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동시에 자신의 건강이나 안전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동시에 있어야 강제입원이 가능하다”며 “치료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의회 박성혁 학술이사는 현재 국공립 정신과 의사만으로 향후 예상되는 23만건의 입원상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박성혁 이사는 “현재 140명 수준인 국공립 정신과전문의는 소속 병원에서 진료업무를 하면서 정신질환자 입원여부까지 수행하기 불가능하다”며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장하는 민간의료기관 지원 방안도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위헌 요소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현재 국공립 정신과 전문의 부족 문제를 민간의료기관 전문의를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정신보건법 개정을 다시 민간 의료기관 정신과 전문의로 해결하겠다는 자가당착이라는 의료계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환자단체들이 강제입원을 반대하는 피켓을 펼치고 있다.
◇환자단체들이 강제입원을 반대하는 피켓을 펼치고 있다.

질환 당사자들 강제입원의 폐해 크다…“개정안 환영”

반면 강제입원으로 피해를 입었던 환우회 단체들은 의사들이 강제입원을 쉽게 하기위해 해당 법안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제입원 기준을 강화시키는 법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현석씨는 “의사들 발언을 들으면 우리는 사람으로 존재하지 못했다. 단순히 수치화하는 도구 정도로 느껴진다”며 “법안이 개정되니 이제 와서 의사들이 환자들의 권리를 막고 있다. 우리들은 법안이 발의되는 것을 보고 싶다. 약자들을 위한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치료라는 목적으로 강제입원을 시키지 말고 사회로 나가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달라”며 “현재도 의사들이 준 약을 먹으면서 치료에 따르고 있다. 앞으로 당사자와 보호자들의 입장이 반영된 법 개정을 진행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이광수 서울지부장은 현재 약물치료에 의존하는 강제입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광수 지부장은 “강제입원은 현재 약물적 치료에 치우쳐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약물 및 심리치료는 물론 사회적인 부분도 통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질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전인격적인 치료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질환자들의 인권을 위한 첫걸음

보건복지부 차전경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그동안 환자들의 권리를 위한 법적 논의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첫 걸음인 개정안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개정안으로 인해 생길 소송 등 법적인 문제 등도 해결하기 위해 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예방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차전경 과장은 “이번 개정안은 단순히 치료적 개념이 아닌 장애인들의 복지와 치료를 합치는데 주안점을 뒀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향후 예산이나 사업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데 크게 용이해진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복지부에서 진행하는 정신건강 종합대책은 환자들의 인권적인 부분을 적극 고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신체적인 구속을 하는 강제입원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현재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차후 행정적인 부분을 강화하면서 다양한 문제점들을 고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계에서 제기한 국공립병원 정신과 전문의 부족 지적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인 민간의료 전문의를 활용하겠다는 대안 이외 다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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