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5명 중 1명 “부부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해야”

남녀 직장인 73.5% “자녀 계획 없어”

직장인 5명 중 1명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부부 모두 육아 휴직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5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부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를 직장인 저출산 문제 해결 방법으로 꼽은 응답이 20.1%로 1위였다.
응답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이 19.6%, 여성이 20.7%로 남녀 모두 비슷한 비율로 육아휴직 의무화를 1순위로 선택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27.1%로 가장 높았고, 40대 22.3%, 20대 21.6%, 50대 11.6% 순이었다. 이어 ‘육아 휴직 급여 인상 등 현금성 지원 확대’를 선택한 응답이 18.2%로 뒤를 이었다.
아울러 ‘임신·출산·육아 휴직 사용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사업주 처벌 강화’는 16.7%이며, ‘근로 시간 단축 등 일, 육아 병행 제도 확대’ 15.2%, ‘돌봄 의료서비스 등 사회 인프라 구축’ 11.4%, ‘주거 인프라 확대’ 9.3%, ‘청년 고용 등 일자리 소득 확대’ 8.6% 순이다.
직장갑질119에는 육아휴직 등을 사용하면서 직장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제보가 여러 건 접수됐다.
한 제보자는 최근 직장갑질119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부서장에게 보고하자 우리 회사에서는 남자가 육아 휴직을 쓴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 이후 근무 태도와 관련된 지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지난 1월에는 또 다른 제보자가 “팀장이 보건휴가 사용 여부를 전체 팀원들에게 메일로 공개하고, 가족돌봄 휴가를 하루 사용한 것에 대해 아이 이름, 휴가 사용 사유를 전체 팀원들에게 메일로 공유했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도 육아시간을 쓰겠다고 하니 상사가 “아이는 도우미가 키우니 직원은 직장에 나와 일을 해야 한다”는 등의 부적절한 언사를 했다는 제보자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자녀 계획을 고민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배우자와 함께 마음 편히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일하면서도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일터를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육아의 어려움으로 인해 출산을 포기한 직장인들도 상당수였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자녀 계획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응답한 직장인 중 자녀 계획이 없는 사람은 73.5%로, 여성 77.9%, 남성 70.1%였다. 자녀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 중 24.6%는 경제적 불안정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20대는 47.6%가, 30대는 30.6%가 이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또, 자녀 계획이 없다는 응답자 10명 중 1명은 ‘경력 단절, 직장과 육아 병행 등 직장 생활 어려움’ 때문이라고 답했는데, 여성이 16.2%, 남성은 5.3%로 여성 응답이 남성의 3배 이상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이는 현실적으로 자녀 돌봄 주 양육자 비율이 높은 여성들이 직장 생활과 육아 병행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직장갑질119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일 가정 양립을 위해 법에서 강하게 보호하고 있는 제도이다. 육아휴직과 육아기 노동시간 단축 제도를 허용하지 않거나 불리한 처우를 하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절반 가까운 직장인들이 관련 휴가나 제도를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이익을 줘도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갑질119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실을 통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임신·출산·육아 관련 4대 법(출산휴가, 해고금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위반 접수 사건 처리 현황을 확인해 본 결과, 신고 사건 중 기소되거나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6.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신·출산·육아 휴직 사용을 이유로 불이익 주는 사업주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것도 결국 정부 당국의 이런 미온적 감독 관행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대기업 노동자들만 받을 수 있는 일회성 출산지원금 지급 장려에 힘과 예산을 쏟기보다는, 육아휴직급여를 현실화하고 남녀 모두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해 12월4~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실시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최죽희 기자/newskwj@hanmail.net

< 저작권자 © 강원장애인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