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탑승 고속버스 운행 첫날, 갈길 멀다

장치 승하강에 10여분, 휴게소 이용시간 논의 ‘아직’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 시범 운행 첫날, 장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동권 투쟁 13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완전한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투쟁에 계속 나설 것임을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국토교통부의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시범운행 기념행사에 앞선 2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는 서울↔부산, 서울↔강릉, 서울↔전주, 서울↔당진간 4개 노선에 운행된다. 10개 버스업체에서 각 1대씩 버스를 개조해 버스 당 휠체어 2대가 탑승할 수 있으며, 각 노선에 1일 평균 2~3회 운행될 예정이다.
28일 낮 12시6분 승차권 확인으로 시작된 고속버스 휠체어탑승 시범운영은 약 18분 동안 준비를 마친 뒤 12시24분쯤 버스가 승강장을 떠나면서 마무리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날부터 약 3개월 동안 휠체어탑승 고속버스가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전장연과 국토교통부가 2017년 9월 ‘함께 누리는 교통, 누구나 편리한 교통을 위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정책 공동발표’ 후속대책으로 이뤄지는 시범사업으로 서울과 부산, 강릉, 전주, 당진을 오가는 4개 노선, 10개 버스 회사가 참여했다. 장애인단체 투쟁사로는 2006년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시행 후 13년만의 결실이다.
시범운행 첫날, 버스운영과 관련한 미비점이 곳곳에서 파악됐다.
장애인들은 별도로 마련된 휠체어 버스탑승장에서 일반 승객보다 30분 먼저 탑승해야 한다. 이 탑승장은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리는 구조로 돼 있어서 장애인이 휠체어를 측면으로 돌려야 열 수 있도록 돼 있다. 현장에서는 취재진과 국토부 관계자, 버스회사 직원이 드나들면서 문을 열어줬지만 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자동으로 열릴 수 있게 하면 안 되겠냐”고 현장에서 개선점을 제안했다.
버스에 붙어있는 휠체어 승강장치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이면서 장애인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차량에 정착시키는 듯 했다.
그러나 차량 안에서 휠체어를 고정, 거치하기 위해 휠체어 바퀴와 어깨, 배쪽에 안전벨트를 3중으로 채우면서 또 다른 문제가 노출됐다. 탑승객이 직접 벨트를 맬 수 없는 구조인 탓에 남성 운전기사가 여성 승객의 몸 일부에 벨트를 채우는 동안 부분적인 신체 접촉이 불가피했다. 승객에 앞서 휠체어 승강장치를 체험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는 “(여성장애인과 남성기사 신체접촉에) 불만이고, 안전장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물건처럼 묶여있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면서 “공간도 좀 넓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파악할 수 없었으나 휴게소와 화장실 이용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통상 고속버스는 휴게소에 10~15분 가량 정차하는데, 안전장치를 풀고, 승강장치를 가동해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되겠냐는 것이다. 게다가 승강장치의 돌출 때문에 이 고속버스는 별도의 장애인차량 주정차 공간에 설 수 밖에 없어 휴게소 화장실과 거리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운전기사들은 “휴게소 정차 시간 관련해서 아직…(논의된 바 없다)”이라고 말을 아꼈다.
전장연은 이 밖에도 휠체어 이용 고속버스의 출발 48시간 이전에 해야 하는 ‘선착순 2자리’ 예약, 비장애인과 분리탑승으로 인한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단체는 “향후 5년 이내에 전국 고속버스의 50%를 휠체어 탑승가능한 고속버스로 도입할 것”도 촉구했다. 아울러 △시내버스 대·폐차 때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교통약자법에 휠체어탑승 가능 고속버스 50% 도입 명시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비 지원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장애인 이동권 기준 마련도 함께 주문했다.

최죽희 기자/newsk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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