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이야기] 입동(立冬)

입동(立冬)은 상강(霜降)과 소설(小雪) 사이에 들어서는 절기로 1년 24절기 중 19번째 절기입니다. 입동은 설 입(立)자에 겨울 동(冬)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바로 겨울에 들어서는 입구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니까 입동을 지나게 되면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입동은 겨울 채비를 서둘러 시작해야 하는 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동일은 양력으로는 11월 7일이나 11월 8일에 위치하게 됩니다.
중국에서는 입동일을 시작으로 물이 얼기 시작하고, 땅이 얼게 되며, 꿩이 드물어진다고 하였습니다. 더불어 입동일이 지나고 나면 동물들도 겨울 채비를 위하여 굴을 파고, 산야의 나뭇잎은 떨어지며 풀도 말라가는 시기가 된다고 하였지요. 이처럼 동물과 사람이 모두 바빴던 봄과 여름과 가을을 마무리 짓고, 다가올 겨울에 대한 대비를 시작하는 것이 바로 입동일에 해야 하는 일인 것입니다.
농가에서는 입동일에 서리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알이 꽉 찬 배추를 얻기 위해서 배추를 묶고, 서리에 약한 무는 뽑아서 구덩이를 파고 저장하였습니다. 수확이 모두 끝난 들판에서 볏짚을 모으는 것도 입동일에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소들에게 먹일 양식이고 불쏘시개로도 사용할 수 있는 볏짚을 농가에서는 예로부터 아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볏짚을 큰 집 모양으로 논이나 자신의 집 마당 한 쪽에 쌓아 놓고는 하였습니다.
그런가하면 농가에서는 입동을 즈음하여 고사를 지내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음력 10월 10일과 30일 사이에 날을 받아서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하고 제물을 장만해서 곳간과 외양간에 고사를 지내고는 하였는데, 이는 농사철에 애를 쓴 소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음식을 나눠주고, 더불어 함께 고생한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려는 것이었지요. 또한 입동의 미풍양속으로는 치계미(雉鷄米)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입동이나 동지 등에 일정한 연령 이상의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경로 잔치를 치계미라고 합니다. 원래 치계미는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하였는데,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한다 하여 이러한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즈음에는 이런저런 미풍양속들은 거의 사라졌지만 입동일을 즈음하여 김장을 담그는 풍속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김장은 입동 전이나 그 직후에 해야 제 맛이 나기 때문이지요. 만약 입동이 지나고 한참 뒤에 하게 되면 김치를 준비하는 중에 재료가 얼게 된다거나 싱싱한 재료가 없어 김장을 담그는 일 자체가 어려워지고 그 맛도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예전에는 이러한 김장을 할 때면 냇가에서 부녀자들이 한꺼번에 나와 무나 배추를 씻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김장 담그기는 단순히 겨울을 준비하는 자리이면서 요즘처럼 서로간의 왕래가 뜸한 시절에는 가족들이 모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출가한 딸이나 며느리가 한 자리에 모여서 김장을 담그고 그렇게 만들어진 김장 김치를 가지고 제각각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오늘날의 풍속인 것이지요. 게다가 무엇보다 이제 막 담근 김장 김치에 돼지고기 수육을 싸먹는 맛은 쉽게 잊히지 않는 우리 고유의 맛이지요.

<자료 : 산수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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