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이야기] 추분(秋分)

추분(秋分)은 백로(白露)와 한로(寒露) 사이에 있는 절기입니다. 보통 추분일은 9월 23일이나 9월 24일에 들어서게 되고요. 이러한 추분은 봄의 춘분과 마찬가지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입니다. 봄의 춘분일 이후 계속해서 낮이 길어져 하지에서 정점을 찍은 이후 다시금 낮이 조금씩 줄어들게 되고요. 그렇게 줄어들던 낮의 길이는 추분일에 밤의 길이와 같아지고, 추분일이 지난 이후부터는 밤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춘분일과 추분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실제 기온은 조금 차이가 납니다. 보통 추분일은 춘분일에 비하여 10도 정도가 높습니다. 낮과 밤의 길이는 같지만 춘분이 아직 겨울 동안의 추위가 남아 있는 반면, 추분에는 아직 여름의 더위가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미 가을로 진입한 계절의 힘은 무시할 수 없으니 시나브로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확실히 실감하게 되는 것이지요.
추분의 시기는 수확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논과 밭의 곡식들을 거두어들이며, 또한 고추를 따서 말리는 등 가을걷이의 일이 많은 때입니다.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 등도 바로 추분을 즈음하여 거두고 말려서 겨울을 준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푸름으로 가득하던 논의 쌀알들이 영글어 서서히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곧 넘실거리는 황금빛 바다로 변할 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지는 때이지요.
이러한 추분에는 바람이 드는 것을 보고 다음 해의 농사를 점쳐보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추분일에 건조한 바람이 불면 다음해에 대풍이 든다고 생각하였지요. 또한 추분에는 국가에서 나이든 어르신들의 장수를 기원하는 노인성제(老人星祭)라는 축제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때부터 이러한 축제가 시행되었고, 조선시대에도 그러한 풍습이 이어져 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딱히 이런 풍습이 없다고 하더라도 추분에는 버섯 음식이 좋으니, 몸에 좋은 음식을 자신의 가족 혹은 가까운 어르신에게 대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추분과 관련해서는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름 내내 장맛비 등으로 천둥소리가 가득하던 시절은 지나고 이제 기상이 잠잠해질 것이고, 벌레들은 다가오는 추위에 대비하여 자신의 입구를 작게 만들고 그 안으로 숨게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요즘처럼 기상변화가 심한 시기에는 추분이 지났다고 해서 마냥 날씨를 안심할 수만은 없지만요.

<자료제공: 산수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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