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육수를 끓이는 시인 -지시연

지시연

너의 대답을 가다린다고 했다
밤마다 늘어진 몸이 걸어 나와 시를 쓴다
시의 발원지를 찾아가듯 생업이 마련해 준 들통마다
펄펄 육수가 끓고 있다
그는 분명 땀내 나는 시인이다
불 앞에서 그가 끓이는
육수는 국물 맛을 내기 위한 것은 이미 아니다
시의 진액을 밤마다 끓이는 묘수로 산다
아무도 없는 조리실에서 우려내는 시의 깊은 맛
어느 날 무작정 졸아들거나 버려질 게 아니다
그가 내려 온 숲속엔 더 이상 사슴이 살지 않는다
인디언의 휘파람 같은 새소리도 숲에서 내려 왔다
시인의 하루는 엊저녁 끓여 낸 육수로 연명된다
이제 손끝에 남아 있는 마지막 겨울을 씻으며
오늘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를 믿고 세상을 향해
육수는 앓는 소리로 뽀얀 시의 분화구를 만든다

* 지시연 시인
* 2008년 문학세계 등단
* 충북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수료.
* 시집, 『꽃 짐 지고 걷다』 외 5권
* 수상, 문예사조문학상, 원주문학상,
강원문학작가상, 원주여성문학상, 외
* 활동, 한국문인협회, 원주문협시분과장, 강원문협이사
* 강원여성문학인회이사, 원주여성문학인회부회장,
한국가톨릭문인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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