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론]동해특수학교 설립은 ‘님비(nimby)’ 아니라 ‘핌피(pimfy)’이다-박혁종 본지 논설위원

얼마 전 동해 장애인 특수학교 설명회가 또 무산됐다. 반대 주민들의 “마을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달부터 인근 주민 등을 대상으로 3차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반대 주민 20여명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이날 설명회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도교육청의 설명이라도 들어보자는 주민마저 밀어내고, 특수학교를 만들어 달라는 장애학부모들의 현수막을 빼앗으며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마을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설명회는 무산됐지만 2019년 개교를 목표로 특수학교 설립작업은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고, 현재 특수학교 설립 용지가 대지(��로 돼 있는 만큼 동해시에 학교 용지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고, 이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실시 설계에 들어갈 방침이다.
도교육청은 동해·삼척지역에 특수학교가 없어 학생들이 매일 강릉의 특수학교인 오성학교로 등·하교하는 불편을 겪자 옛 남호초등학교 부지 1만216㎡에 장애학생 129명이 공부할 수 있는 19학급 규모의 특수학교를 설립하기로 하고 사업비 264억 원까지 확보해 놓은 상태다.
그동안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거친 데다 특수학교 설립은 반드시 주민 동의가 필요한 사업이 아니므로 계속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서울에서도 강서구에 특수학교 신설을 두고 믿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됐다. 특수학교 건립을 찬성해달라며 장애인 학부모들이 주민토론회장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러나 ‘혐오시설’ 건립으로 집값하락과 자신의 자녀 교육환경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주민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 장면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분노하고 부끄러워했다.
특수학교 건립을 두고 님비현상이 벌어지면서 강남구에 설립된 발달장애아들을 위한 특수학교인 밀알학교가 주목을 받았다. 20여 년 전 한 목사가 설립한 밀알학교는 지역과 상생한 성공사례로 꼽히며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특수학교 문제에 대해서 사회나 국가는 왜 외면하는가? 묻고 싶다.
필자는 보았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감수성’이 둔감하다.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걸음마수준이다. 전생의 업을 운운하며 부모가슴에 못 박는 얘기나 하지 않으면 다행인데, 특수학교는 언감생심이란 말인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 있는 부자나 권력자의 편을 들어주는 건 사회가 아니라며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보듬어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사회에서 자기 자신이 사회적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차제에, 관건은 동해시가 학교 용지로 변경해 주느냐다. 그게 안 되면 늦어질 수 있고, 그것만 순조로우면 이상 없이 갈 수 있을 것이다.
동해 특수학교 설립 용지는 동해시가 학교 용지로 변경해줘야 실시 설계에 들어갈 수 있다. 이에 동해시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우리 사회가 동해 특수학교 신설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나 국민 정서상 위법되거나 윤리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사람이라고 하는 자들은 몸을 의관( y�으로 감싸고 언어를 그럴 듯하게 구사하면서 걸음걸이도 법도에 맞게 하고 얼굴색 역시 근엄하게 꾸미고 있으니, 그들을 바라보면 모두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남이 보지 않는 곳에 있으면서 이해관계가 걸린 상황을 만나게 되면 평소의 뜻을 바꿔 욕심을 부리며 불인(- �한 마음을 품고 불의(- u)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겉은 족제비 털로 되어 있지만 그 속은 온통 개의 털로 채워져 있는 하나의 현상만을 볼 뿐 더 나아가 그 이면까지 미루어 깊이 생각할 줄 모르는 친구들이 아닌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외양만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해 믿고 의심하지 않는다. 나무랄 데 없이 그럴듯해 보이는 겉모습에 감추어진 속내를 간파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지금 우리 지역 사회는 동해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가 아닌 적극 찬성하는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입장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있다.

 

박혁종  본지 논설위원
박혁종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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