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론] ‘술 석잔 뺨 석대’ 중매쟁이 자칭

북한 김영철 일행이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북으로 돌아갔다. 올림픽 폐막식에 참가한 걸 제외하고는 대부분 호텔에서 두문불출하며 우리 외교 안보 책임자들을 집중적으로 만났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는 아직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김영철 역시 떠나는 순간까지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 졌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고, 돌아가는 길도 자유한국당의 기습시위 때문에 순탄치 않았다.
이에 정부는 북한 김영철은 방한 마지막 날 아침 식사를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천해성 차관, 서훈 국정원장 등과 함께 한 후 통일부는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는 짤막한 메시지만 전했다.
김영철은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방남 결과 어떻게 평가하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라고 물었지만 일자 입으로 일관했다.
방문 기간 공개된 육성은 김정숙 여사에게 전한 짧은 인사가 전부이다. 지난 26일 올림픽 폐막식에서의 김영철 북 노동당 통전부장은 “초면이지만 구면인 것처럼 돼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악수를 나누며 뱉어 낸 말 그것이 전부의 말이다.
자유한국당은 김영철 귀환 길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면서 “김영철은 사죄하라. 사죄하라. 사죄하라”고 외쳐 댔지만 김영철을 태운 차량행렬은 시위를 피해 역주행으로 통일대교 남단을 빠른 속도로 통과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말처럼 들어올 때는 개구멍 샛길 통해 방남 하더니, 나갈 때는 역주행으로 줄행랑치듯 북으로 갔다. 여기에 청와대는 “우리는 중매쟁이”라며 “미국과 북한의 대화 입구를 찾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가 당사자인데 중매쟁이라니 참 어처구니없는 말이 아닌가 싶다. 옛말에 “중매 잘 서면 술 석잔이고, 잘못서면 뺨이 석대”라는 속담도 들어 보지 못한 것인지…. 미국과 북한에 사이에서 중매를 선다? 국민들의 관심이 컸던 김영철의 방남이었는데 정부의 설명이 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과 미국을 마주 앉게 하려는 대화 노력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친 비밀주의로 일관한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를 뒷받침 하듯 지난 26일 안보실장 주최 오찬 때 382자, 27일은 통일부 장관 조찬에 대해 290자 짜리 공식 보도자료를 냈다. 진짜 궁금한 내용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껍데기 자료였다. 의도적으로 숨긴다는 의심을 자초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그가 누구인가? 지난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46명의 우리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 지시, 연평도 포격, 농협 전산망과 미 소니픽쳐스 해킹,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 등 각종 대남 도발을 기획 지휘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김영철이 대한민국을 방문할 당시 우회 도로를 통해 대한민국의 땅을 밟은 참담한 현실에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답변을 듣고자 천암함 희생자 유족들이 청와대에 전달한 서한을 읽었다면 답변을 해주어야 한다.
김영철이 방남 전날 오후 김 부위원장의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 수용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성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한 바 있지 않은가.
한편 ‘폭침 주범이 김영철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표는 정부가 김영철을 비호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만약 김영철이 주범이 아니라면 유족들에게 직접 설명해 주면 될 것으로 보인다.
매독환주(買?還珠)라는 성어가 있다. 어떤 사람이 옥구슬을 팔러 갔는데, 사는 사람이 구슬을 담았던 상자만 사고 정작 구슬은 도로 돌려주었다는 내용으로, 근본적인 것은 버리고 지엽적인 것을 택하는 행위를 비꼬는 말이다.
작은 성과를 얻으려다가 큰 것을 놓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나중에 문제가 드러나 원상으로 회복시키려고 할 때는 필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오늘의 위기를 알았다면 그것을 안정시킬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오늘의 이 위기는 이 사회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위험부담이 균등하게 분배되어 그 위험으로 특별히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입는 사람이 없도록 하여 그 위험을 근원적으로 줄이려 할 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지혜로운 상지(上智)의 국민이길 바라기는 힘들더라도 가장 어리석은 하우(下愚)는 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박혁종 본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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