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시설 비리행위, 감시하나 못하나

국가인권위원회는 거주 장애인들의 수급비나 보조금을 착복하고 부당 노동을 강요한 장애인시설 2곳에 대해 직권조사를 진행하고, 각각 검찰 수사의뢰, 관할 지자체 행정처분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해 6월과 11월, 장애인들의 수급비를 착복하거나, 후원금을 유용하는 등 금전 편취가 의심되는 정신장애인시설과 중증장애인거주시설 내 민원과 진정을 각각 접수하고, 직권조사를 진행했다.
민원 대상이 된 경기도 모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은 인권위 조사 결과 쓰레기 정리, 청소, 텃밭 작물 재배 등을 생활인에게 시켰고, 일당 2~4만원 품삯으로 인근 농가나 교회 등지에서 일을 시키고 대가를 착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방일과 빨래를 전담시킨 생활인에게는 명절수당 5만원 외에 아무런 금전적 대가를 주지 않았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의 ‘작업치료지침’에 규정된 프로그램 계획서, 작업동의서나 근로계약서, 작업평가서 등도 작성하지도 않았다.
또한 생활인의 기초생활수급비와 외부 근로활동 수당 등이 입금되는 개인 통장을 당사자 동의 없이 관리했다. 전 시설장의 퇴직금 명목으로 300만원, 건물증축 비용으로 1,000만 원 등을 인출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시설 거주인을 시설 대표의 자택 주소로 위장 전입시켜 5년간 타시도 보다 높은 금액의 주거수당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설 대표는 또, 감독관청에 신고하지 않은 후원금 통장을 만들고, 대행업체에 의뢰해 인터넷 후원금을 모집했으나 사용내역을 기록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도내 화천군 모 장애인거주시설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15년 2월부터 시설 거주 장애인 29명의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수당 입금 통장 및 도장을 생활재활교사들이 관리하며, 교회 십일조 월 1회 20,000원, 주일헌금 주 1회 3,000원씩 매주 일괄 인출, 예배 때 헌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의 명시적 동의가 없었고, 헌금된 금액은 2015년 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총 1천8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 시설장은 별도 개인시설을 운영하면서 장애인이 입소할 때 개인별 월 30만원에서 50만원의 생활비를 납부하기로 합의서를 작성,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월 1,000~1,100만원, 2015년에는 월 400만원, 2016년에는 월 500만원, 2017년에는 월 600만원의 운영비를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운영비는 장애인의 식비 등에 사용됐지만, 인권위 조사 전까지 시설장 급여로 월 180만원에서 200만원, 개인차입금 이자로 월 50만원을 지출했다. 이 과정에서 시설 직원이 장애인의 통장을 일괄관리하면서 출금 시 대리서명을 하고, 개인금전 사용과 관련된 위임장과 지출결의 등 회계장부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해당 시설장은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지난 2007년 6월 신축한 장애인거주시설 생활관 일부를 시설장 부부의 사택으로 사용했고, 2015년부터 인권위 조사 개시 전인 2017년 11월까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은 보조금 예산으로 생활관의 난방비,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3천150여만 원과 사택의 공공요금도 지출했다.
이에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시설의 이 같은 행위가 장애인의 금품을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 「장애인복지법」, 보조금의 투명하고 공정한 집행을 규정한 「사회복지사업법」, 보조금의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각각 위반한 행위로 판단했다. 다만 해당 시설장이 부당 집행한 보조금 환수계획을 밝힌 점 등을 감안, 고발조치는 하지 않되 관할 화천군수에게 특별지도감독과 행정처분을 권고했다.
아직도 우리주변 일부 장애인시설의 비도적적 운영은 그야말로 사회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고 해당 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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