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연에서 얻는 지혜-

니르시소스, 수선화

◇ 우강호 평창사회복지협의회장
◇ 우강호 평창사회복지협의회장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지나치게 자기의 신체에 관심을 갖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정신분석학자 S, 프로이트가 이름 지었다. 인간의 애욕을 4단계로 나누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자기애, 동성애, 이성애로 발전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리비로가 자기애(自己愛)에서 멈추거나, 자기애 쪽으로 퇴보하는 것을 말한다. 나르시시즘의 어원이 된 나르키소스(Narcissus)는 수선화의 속명(屬名)이다.
가녀린 자태, 청초한 색, 흐드러진 향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수선화는 오랫동안 문학작품에는 물론 드라마와 영화에도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설중화, 금잔옥대, 능파선, 여사화 라고도 불리는 수선화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의 중부 유럽 지역이며, 키가 20~40㎝ 정도 자라는 외떡잎식물 백합목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노란색, 흰색, 주황색 등의 꽃은 12~3월에 피며, 화피 속에 대롱 모양의 부화관이 있으며 암술1개, 수술6개로 구성되어 있다.
수선화 원종은 약 60종이지만 원예 품종은 수천 종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 야생종이 자란다.
수선화 알뿌리는 가을에 퇴비를 충분히 섞은 흙에 심어두면 3년 동안은 그대로 둬도 된다. 하지만 구근(알뿌리)이 너무 불어나서 사이가 빽빽해지면 꽃과 잎이 시든 뒤에 파내서 양파 망처럼 통풍이 잘 되는 주머니에 넣어 그늘에 보관했다가 가을에 다시 심으면 된다. 약간 무거운 땅에서 잘 자라며, 모래가 많은 땅에서는 기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심고 나서 꽃이 피기까지는 건조하지 않게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튤립과 달리 수선화의 구근에는 유독 성분이 있어 종기나 부스럼에 소독약으로 쓰인다. 수선화의 생즙을 갈아 부스럼을 치료하고, 꽃은 향유를 만들어 풍을 제거한다. 비늘줄기는 거담, 백일해 등에 약용한다. 향이 강해서 방 안에 두면 강한 최면효과가 있는데. 그 독성이 강해서 튤립을 즐겨 파먹는 들쥐도 수선화 구근은 건드리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보는 원예 품종은 대부분 영국에서 계량된 품종으로, 자생력이 강해서 한번 심으면 매년 같은 시기에 싹이 나고 꽃이 핀다. 그러나 일단 꽃이 지고 잎이 누렇게 변하면 캐내서 건조한 곳에 따로 저장해 두는 것이 좋다.

골짜기와 산 위에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해매 다니다
나는 문득 때 지어 활짝 피어 있는
황금빛 수선화를 보았다.

호숫가 줄지어 늘어선 나무 아래
미풍에 한들한들 춤을 추는 수선화
은하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총총히 연달아 늘어서서
수선화는 샛강 기슭 가장자리에
끝없이 줄지어 서 있었다.
<후략>

유명한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그의 시에서 호숫가에 무리지어 피어 있는 수선화를 통해 마음을 황금빛 충일감으로 물들이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이야말로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변치 않는 대상이며, 그것을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영속하는 가치로서 예찬하고 있다.
이 후로 영국에서는 수선화를 ‘대퍼딜’이라 부르며 특별히 사랑하게 되었다. 수선화의 학명 Narcissus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다. 마찬가지로 한자명 水仙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물가에서 잘 자라는 수선화의 특성을 알 수 있다. 꽃말은 자기도취, 자기애이다.
자신의 얼굴을 보지만 않으면 오래 살 수 있다는 예언을 받은 미소년 나르키소스. 나르키소스의 미모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 숲의 요정들이 바치는 구애를 모두 거절하였기 때문에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어느 날 맑은 시냇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만 반하고 말았다.
결국 그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좌절하여 물에 빠져 죽었다. 그가 죽은 자리에서 꽃이 피어나자 사람들은 이를 나르키소스라고 불렀다. 수선화가 아직도 머리를 숙이고 발밑의 자기 그림자만 보는 까닭은 아직도 자신의 미모에 도취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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