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회적약자 상생보호 누구의 몫인가

박혁종 본지 대표

지난 14일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방금 전 마친 제 15차 전원회의에서 2019년도 최저임금액을 시급 8천350원으로 의결 했습니다” 라고 발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7천350원보다 820원 오른 8천350원으로 결정됐다. 전년보다 10.9% 인상됐는데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들은 불참했고,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이 밤샘 협상 끝에 표결로 결정했다.
최임위의 결정안은 심의를 거쳐 다음달 8월 5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종적으로 확정 고시한다. 하지만 노사 어느 한쪽이 이의 제기를 할 경우 고용부 장관은 최임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따라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인상됨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근로자들의 임금이 연쇄적으로 조정되고, 대상 인원은 최대 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 비율을 가리키는 영향률로 따진다면 18.3∼25%로 많게는 근로자 4명 중 1명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업주들에게는 부담이다.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을 벗어난 부분에서 상당히 지불을 못하는 유예사태까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에 소상공인들의 반발 때문에 비록 최저임금위원회가 급격한 인상을 자제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뜨거운 논란 속에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 8천350원. 하지만 숫자만으로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주요 해외 국가와 한번 비교해보면 프랑스 최저임금이 12,844원, 우리나라의 최저임금과 비교하면 꽤 높아 보인다. 독일은 11,500원 영국은 11,000원 일본은 8,480원으로 적지 않은 OECD국가의 최저임금이 우리보다 높다.
하지만 저 나라들은 한국보다 1인당 GDP도 높고 물가도 비싸니까, 절대 금액 비교만으로는 부정확하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최저임금을 전체 근로자의 ‘중위 임금’과 비교해 그 비율을 측정하는, 그러니까 상대적 수준을 계산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중위임금’은 모든 근로자 임금을 금액 순으로 정렬했을 때, 한가운데 임금을 뜻하는데 바로 OECD가 주요국 최저임금 수준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2018년 시간당 중위임금을 1만3천387원으로 추정해 보면, 오늘 결정된 우리나라 최저임금 8천350원은 중위임금 대비 62.4%가 되는 것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최저임금의 상대 수준이 높다는 건데, 이 기준으로는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3번째에 위치한다. 꽤 높다고 볼 수 있다. 터키와 칠레가 우리보다 높다. 61%인 프랑스, 41%인 독일 등 다른 국가들은 우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결국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절대 수준은 OECD 국가 중에서 높은 편이 아니지만, 상대 수준으로 따지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액수 이외에 사용자측은 업종별 차등 적용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에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OECD 37개 회원국들 중 29개 나라가 법으로 최저임금제를 정해놓았지만 우리처럼 최저임금을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나라는 스페인과 프랑스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은 지역, 장애, 학생 신분 여부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많은 뉴욕주 등은 최저임금이 11달러지만 농촌지역인 조지아주 등은 5.15달러인 식이다. 캐나다는 의사, 법률가 등 특정분야 전문가는 최저임금을 적용 하지 않고 호주와 네덜란드는 직업별 특성과 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지급하고 있지만 정부는 대통령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밀어붙이기로 일관하자 소상공인들은 상당히 격앙 돼 있다. 지금까지 호소도 하고 했지만 무시당한 것이다.
정치권은 어떤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여야는 엇갈린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후속 대책을 마련하자는 입장인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상생의 기회로 삼아 소상공인과 자영업 보호대책에 발 벗고 나서야 하고, 어려움을 분담하고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범법자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소상인들을 범법자 아닌 범법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대통령 공약이 조정되어야 한다. 현실에 맞는 최저임금 정책과 자영업 소상공인 정책을 수립해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소득성장주의는 어설픈 사회주의 경제 야욕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생계유지를 위해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소상공인 들의 괴롭히기를 중단해야 한다. 두 자리 수 최저임금 상승으로 얻을 것은 오직 일자리 증발과 자영업자 붕괴, 인플레이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를 외면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또 소상공인과 노동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지금 당·정·청의 상황을 볼 때 최저임금은 을과 병의 전쟁으로 가고 있는 듯 보여 해괴한 현실을 보고 있는 필자는 매일매일 의아스러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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